매달 말이 되면 회고를 써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그 상태로 어느 새 2주가 넘겨버리고 금세 다음 달이 다가와서 못 썼던 적이 많다. 하지만 연말 회고는 꼭 써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회고를 작성해보려 한다. 

누군가가 2023년에 뭐했어? 라고 물어보면 단번에 쉽게 답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많은 도전과, 많은 실패를 했다. 또, 전보다 많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여유있고 행복했던 한 해였다.

 

 

 

기록과 회고

 

 

여전히 기록하는 습관은 내게 노력이 필요하지만, 결국 기록 없이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기에 최대한 많이 기록하려했다. 주간회고는 거의 매주, 월간회고도 틈틈히 하려고 노력했다.

귀찮은 회고를 왜 하는지 시작하기 전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꾸준히 묵묵히 하다보니 회고의 순기능이 보이고 이제는 회고 없이는 보낼 수 없게 되었다.

회고 최고!

 

 

Work

돌이켜보니 2023년은.. 사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역마살(?)이 있던 것 같다.

2023년 초, 2022년 말부터 직장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던 회사에서 퇴사 권유를 받아 퇴사를 하였다. 1년이라는 연구원 생활동안 느꼈던 부족했던 점을 배울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운이 좋게 바로 다음 회사에 합격하여 두 번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이 두 번째 회사에 머물렀던 시기가 2023년동안 가장 많이 공부하고, 배우고, 성장했던 시기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든 면에 있어 겸손해질 수 있었던 회사였다. 온프레미스 서버부터, GCP, AWS, MLOps 파이프라인 구축, docker, kubernetes 활용한 배포,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과제, 백엔드 API 모듈 개발 , 예측 모델 개선 등... 적어보니 참 많은 업무를 딥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았다.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지식의 공백을 채우기는 어려웠고,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았다

사실 머릿속으로는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실패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어찌보면 정규직 전환 실패가 나를 더욱 성장하게 한 것 같다. 

 

이후 명확하게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고 취업을 하지 않은 상태로 공부와 운동을 하며 쉬었다. 

그 후 지인의 회사에서 감사하게도 제안을 주셔서 세 번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해왔던 데이터 관련 업무보다는 웹과 백엔드, 앱 위주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쉽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고 또 여전히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상사나 동료가 없이 혼자서 모든 개발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점이었다. 동료, 혹은 선배라는 누군가의 존재가 이토록 절실했던 적은 없었다. 두어달 근무를 하고,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점들이 많고 이를 당장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과 개발 속도 지연으로 인한 배포 지연에 대한 부담감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2023년 말, 세 회사를 겪고 나서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동안 나름 회사생활에서도, 그 외적으로도 열심히 지식을 습득하고 체화했다고 생각했는데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괴로웠다. 

하지만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하는 것, 관심이 있는 것을 적어보고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이 시간을 보낸 후 2023년 12월 말,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네번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살면서 겪어본 모든 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회사였다. 이미 기술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다양한 고객사들을 만나 여러 도메인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내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앞선 세 회사에서 느꼈던 '엔지니어링 기술의 부족'을 배울 수 있는 포지션이라 더욱 기대가 된다.

 

Life

 

직장을 여러번 옮기며 생활 방식도 많이 바꿔야했다. 만나는 사람도 번번히 바뀌니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과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시간이 필요했다. 스터디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만남이 계속되는 것이 지치고 힘들었다.

평소의 나라면 네트워킹도 많이 하고 오프라인 스터디에도 자주 나갔을텐데, 업무적으로 만나는 인간관계에 지치다 보니 업무 외적인 시간에는 기존에 유지하던 인간관계를 더욱 자주 만났다. 인간 관계가 깊어진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이사를 했다. 청소년기를 보냈던 어릴 때의 동네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자취생활을 접고 가족들과 살게 된지 어언 1년이 되었다. 함께 하는 삶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배려심을 배우게 되었다.

 

Health

 

2023년 가장 잘 한 것은 운동만은 절대 놓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두 번째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거의 운동을 쉬다시피 했다. 그래도 운동까지 놓아버리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없었기에, 아무리 바빠도 최소 주1회는 꼭 헬스장을 가거나 등산, 수영을 했다.

 

연초에는 리프팅 방식의 운동을 많이 했고, 무게에 욕심을 내다가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리프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관절이나 근육의 역학적인 움직임이나 힘의 작용 방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근력운동을 시작한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데 1rm 280kg을 찍어서 뿌듯했다. 또, 같은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다.

 


 

 

 

잘한 점

-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을 주도적으로 결정하였다.

- 실행력의 중요성을 여전히 느끼며,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 절제력을 놓지 않고 적당히 나 자신과 밀당하며 더욱 나를 잘 알게 되었다.

 

 

아쉬운 점

- 업무를 할 때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고 한계에 부딪혔다. 공부할 것이 많아 오히려 기쁘다.

- 독일어와 영어를 듀오링고 제외하고는 소홀했다. 올해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꾸준히 해봐야겠다.

-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거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모든 경험들은 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세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다만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휴식할 때와 집중할 때를 적절히 알고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올해는 '성장'이라는 포괄적인 단어보다는 나를, 그리고 기술을 더 잘 알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지'하고 더 나아가 '배움'으로 이끌 수 있는 한 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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