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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회고 (푸념에 가까운..)

import max 2024. 12. 2. 18:05

 
3개월 체불의 시간이 지나갔다. 자의가 아닌 강제로 등떠밀려 이직하는 최악의 상황은 동료들에게도 나에게도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시장 경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여러 기업의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도 희망퇴직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기업은 내게는 정말 신사적인 대우를 하는 곳으로 느껴졌다.
큰 선심이라도 쓰듯 권고사직 처리를 해주겠다는 사내공지와 일말의 성의도 보이지 않는 복붙 형태의 임금체불 사과공지문은 그나마 남아있던 책임감과 애사심을 가진 구성원마저도 뒤돌게했다.
 
내색은 크게 하지 않으려했지만 적금은 물론이거니와, 취미생활, 개인적인 약속 등 지출이 예상되는 모든 구멍을 통제했다. 여건이 궁핍해지고 그나마 들어놨던 적금도 깨니 자연스레 자신감이 결여되었다.
퇴사하고 구직활동을 하라고 여럿이 내게 말을 하지만, 이전 직장과의 공백기간이 길어질수록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면접자리에서 장황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직을 해야한다는 불안감과, 임금체불 상태에서도 출근을 해야하는 의무감,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없는 입장에서 자연스레 자신감은 줄어들었다. 


가을과 겨울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날씨처럼 내 마음도 하루에도 수십번씩 갈팡질팡이었다.

떠나는 동료를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었지만, 찰나의 인수인계의 여유도 없이 동료의 일은 나의 일이 되었고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어느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회사는 점점 더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려는 계획으로 보였다.
 
가장 아쉬운건 재직한 회사 중 가장 좋았던 동료들이다. 현재는 동료들때문에 남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애사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붙잡을 수도 없는 내 처지를 가끔 한탄하기도 한다.
왁자지껄했던 점심시간에는 어느 금융권이 금리가 싼지, 어느 회사가 그나마 연봉을 덜 깎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오가고 더이상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던 운동마저 다리를 다치고 못 하게 되자 집에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많아진 시간 동안 기본적인 홈트레이닝과 기술 공부, 구직활동을 병행하며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꼭 사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돈이 없으니 안사고, 못사는 거다. 없어도 잘 살 수 있으니까. 체불의 시간을 겪고 나니 나도 모르게 짠순이가 되었다.
 
그래도 잘 할 수 있다. 생각보다 불행하지는 않다. 상황은 상황일 뿐. 잘 견디고 지나가면 나중엔 분명 웃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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